코퍼스 언어학은 언어를 규칙이나 문법 범주의 목록으로 기술하는 데서 출발하기보다, 실제로 사용된 언어 자료에 근거하여 언어 현상을 분석하고 설명하려는 경험적 접근입니다. 이 관점에서 언어 분석의 핵심은 문장이 이론적으로 가능한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표현과 구조가 실제 텍스트에서 반복적으로 선택되며, 어떤 표현이 상대적으로 덜 사용되는가에 있습니다. 코퍼스 언어학은 대규모 텍스트 자료를 통해 어휘와 표현의 사용 빈도, 분포, 공기 관계를 관찰함으로써, 개별 문장 수준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언어 사용의 경향과 규칙성을 포착합니다. 이러한 분석은 특정 표현이 어느 정도의 일반성을 갖는지, 어떤 맥락이나 담화 유형에서 주로 사용되는지를 체계적으로 밝히는 데 기여합니다. 이를 통해 코퍼스 언어학은 언어를 추상적인 규칙 체계가 아니라, 실제 사용 속에서 형성되고 유지되는 패턴의 체계로 설명하고자 합니다.

2.1 코퍼스란 무엇인가

2.1.1. 코퍼스의 정의

코퍼스(corpus)란 특정 언어가 실제로 사용된 텍스트를 전자적으로 수집하여 구성한 대규모 자료를 의미합니다. 코퍼스에 포함되는 문장은 문법 규칙을 설명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예문이 아니라, 사람들이 말하고 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산된 언어 사용의 결과입니다. 따라서 코퍼스는 “이렇게 써야 한다”는 규범을 제시하기보다는, “사람들이 실제로 이렇게 사용해 왔다”는 언어 사용의 축적된 양상을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코퍼스에 포함되는 텍스트의 출처는 신문 기사, 문학 작품, 인터뷰와 대화 같은 구어 자료, 블로그 글, 댓글, 온라인 게시물 등 매우 다양합니다. 이러한 텍스트를 체계적으로 수집·정리함으로써, 코퍼스는 특정 언어가 현실에서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는지를 직관이 아닌 데이터에 근거해 확인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와 같은 특성 때문에 코퍼스 언어학에서는 언어를 개인의 감각이나 직관에 의존해 판단하지 않습니다. 어떤 표현이 자연스러운지, 일반적인지에 대한 판단은 실제 텍스트에서의 출현 빈도와 사용 맥락을 기준으로 이루어집니다. 즉, 코퍼스는 언어 규칙을 설명하기 위한 자료라기보다, 언어 사용의 패턴을 실증적으로 관찰하기 위한 자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2.1.2 장르와 레지스터

코퍼스는 단일하고 균질한 형태의 러시아어를 제시하는 자료가 아니라, 서로 다른 목적과 상황에서 사용된 다양한 텍스트들이 축적된 집합입니다. 이러한 텍스트들 사이의 차이를 체계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코퍼스 언어학에서는 장르(genre)와 레지스터(register)라는 두 개념을 구분하여 사용합니다. 장르와 레지스터는 코퍼스에 나타나는 언어적 변이를 문법 규칙의 차이로 환원하지 않고, 언어가 사용된 조건과 맥락의 차이로 설명하기 위한 분석 틀입니다.

먼저 장르는 텍스트가 속한 사회적으로 관습화된 텍스트 유형을 의미합니다. 뉴스 기사, 문학 작품, 학술 논문, 행정 문서, 광고, SNS 게시글 등은 각각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역할과 형식을 가지며, 이러한 역할과 형식이 반복적으로 재현되면서 하나의 장르로 인식됩니다. 장르는 텍스트가 사회적으로 수행하는 일반적 기능(예: 정보 제공, 기록, 논증, 오락), 예상되는 독자층, 그리고 담화의 구성 방식과 표현 관습을 포함합니다. 그 결과, 동일한 주제를 다루더라도 장르에 따라 어휘 선택, 문장 길이, 문장 구조, 표현의 명시성 정도가 비교적 안정적인 경향을 보이게 됩니다.

반면 레지스터는 텍스트가 사용된 구체적인 상황적 조건의 결합을 가리킵니다. 레지스터를 형성하는 요소에는 공식성의 정도, 사용 매체(구어/문어, 온라인/오프라인), 화자와 청자의 관계(친밀성, 위계성의 정도), 그리고 해당 상황에서 화자가 달성하고자 하는 의사소통의 목적(정보 전달, 설득, 지시, 평가, 감정 표현 등)이 포함됩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고정된 범주라기보다는 서로 결합되어 작동하며, 동일한 장르에 속하는 텍스트라 하더라도 레지스터가 달라질 경우 언어적 실현 방식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장르와 레지스터의 차이는 안정성의 정도에서도 드러납니다. 장르는 비교적 장기적으로 유지되는 사회적 텍스트 유형인 반면, 레지스터는 화자·청자 관계나 의사소통 상황의 변화에 따라 보다 유동적으로 조정됩니다. 예를 들어 뉴스 기사라는 장르는 비교적 명확하지만, 같은 뉴스 기사라도 보도 목적, 대상 독자, 전달 방식에 따라 서로 다른 레지스터로 실현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장르는 텍스트의 유형적 틀을 제공하고, 레지스터는 그 틀 안에서 구체적인 언어 선택을 조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코퍼스 언어학에서 장르와 레지스터를 구분하는 이유는, 코퍼스에 나타나는 언어적 차이를 단순히 문법적 변이로 설명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특정 표현이나 구조가 한 코퍼스에서는 자주 나타나고 다른 코퍼스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경우, 이는 해당 표현이 문법적으로 옳거나 그르기 때문이 아니라, 어떤 장르와 레지스터에서 관습적으로 선택되는 표현인가의 문제일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장르와 레지스터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이루어지는 빈도 비교나 사용 분석은 해석의 범위를 쉽게 오해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코퍼스를 분석한다는 것은 단순히 많은 텍스트를 대상으로 통계를 내는 작업이 아니라, 각 텍스트가 어떤 장르와 레지스터를 대표하는지를 함께 고려하여 언어 사용의 차이를 해석하는 작업을 의미합니다. 장르와 레지스터는 코퍼스 언어학에서 언어 변이를 설명하기 위한 기본적인 분석 단위이며, 이후 이루어지는 빈도 분석, 패턴 분석, 담화 분석의 해석 기준을 형성합니다.

2.1.3 코퍼스의 대표성

코퍼스 언어학에서 말하는 대표성(representativeness)이란, 해당 코퍼스가 특정 언어 사용 영역을 어느 범위까지, 어떤 조건에서 반영하고 있는가를 의미합니다. 이는 코퍼스에 포함된 텍스트의 양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어떤 장르와 어떤 레지스터의 텍스트가 어떤 비율로 포함되어 있는가라는 구성의 문제입니다. 다시 말해, 대표성은 코퍼스의 크기가 아니라 코퍼스가 어떤 언어 사용을 대표하도록 설계되었는가와 직접적으로 연결됩니다.

대표성 개념을 이해하는 데 자주 언급되는 사례가 British National Corpus(BNC)입니다. BNC는 현대 영국 영어의 일반적인 사용 양상을 반영하는 것을 목표로 구축된 코퍼스로, 문학 작품, 신문 기사, 학술 텍스트, 일상 대화 등 다양한 장르와 레지스터의 텍스트를 의도적으로 균형 있게 포함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처럼 특정 언어의 전반적인 사용 경향을 보여주기 위해 구성된 코퍼스를 균형 코퍼스(balanced corpus)라고 합니다.